피검 날 원장님과 진료를 볼 때 원장님이 조심스레 경주 유명 한의원에 한 번 다녀오는 건 어떠냐고 넌지시 물었다.
예전에도 그런 말 한 번 한 적이 있어서 거기까지 가기가 참 일스럽다는 얘기를 전하고는 안갔는데 이번에는 왜인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혹시 왜 권하는지 원장님께 물었는데 그냥 내 pgt-a결과지와 예전 환자의 양상이 비슷해서 그런다고 했고 4명을 보내봤는데 1명이 임신되고 3명은 안됐다고 한다.
그리고는 양의학에서 한의학은 지양하는 분야인데 김원장님은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에 따라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는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게 목요일이었고 때마침 남편이 월요일에 창원 출장이 있어서 줄은 내가 서고 올라오는 길에 잠깐 들러서 진료를 보고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건 그런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가기 전 알아본 결과 일명 삼신할배라고 부르는 대추밭백 한의원 4대 원장님을 만나려면 주말 오전만 진료가 가능했고 보통 전날이나 새벽부터 줄을 서야 이마저도 가능하다고 했다.
남편 출장은 평일에 있는데 평일에 가면 어짜피 할아버지 진료는 못받고 그냥 5대 원장님인 아들 진료만 볼 수 있는데 나는 여기서 선택이 필요했다.
여러 한의원을 다녀봐서 똑같은 얘기나올 꺼 뻔하고 이왕 가는 거 삼신할배 원장님은 어떻게 얘기하는지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가는 새벽에 급히 서울에서 출발해서 경주에 3시 30분에 도착했다.
이 날 진료를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 가고나서 보니 가관이었다.
보통 텐트 20개 정도, 즉 스무 커플 정도에서 오전 진료는 마감된다고 들었는데 40개가 넘어가자 다 세는 것도 포기했다.
새벽 3시 30분에 약 50개의 텐트라니 이게 말이 되는지 정말 입이 안 다물어지고 웃음만 날뿐이었다.
과감하게 포기하고 경주 시청 근처에 바로 숙소를 잡고 일단 잤다.
다음 날 조식 먹고 오전 10시쯤 가보니 텐트는 싹 걷어졌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몇 시에 텐트칠 수 있는지 물어보자 진료시간 마감인 오후 5시 이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블로그에서는 보통 오후 3시 30분 정도부터 텐트 친다고 했는데 그런가보다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모자란 잠을 채우고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3시 30분쯤 와봤다.
아니나 다를까 텐트는 아니지만 이미 8커플이 줄을 서고 있었고 우리도 급한 마음에 주차하고 줄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게 5시까지 기다리자 한의원 직원이 나와서 텐트 치는 거 가능하다고 하자 모두가 부산하게 움직여 텐트를 치고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설상가상 저녁부터 비가 잡혀 있어서 텐트를 다 친 후 비를 막기 위해 타프와 비닐 등 열심히 비에 대비한 설비도 같이 했다.
친한 언니네서 빌려온 원터치 텐트가 방수는 안될 것도 분명했고 일단 다이소에 가서 타프를 사와서 열심히 설치는 해봤다.
그 후 저녁으로는 근처 시장에서 치킨을 사와서 먹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밤새 내린 비로 깔개 밑과 텐트 모서리에 물이 들어 찼지만 고인 물을 피해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이 후 오전 8시 30분쯤 한 명 씩 텐트를 걷기 시작했고 9시가 되자 한 커플 씩 순서대로 들어가서 진료 시간을 받았다.
우리는 오전 10시 20분이었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진료를 봤다.
한의원을 1년에 한 개씩 다니는 나에게 있어서 진료 결과는 사실 허무했다.
보통 진맥을 보면 그 결과를 얘기하는데 진맥을 보고 1번째로 나에게 생리 불순이 있냐 해서 한 번도 없다가 이번에 1번 있었다고 하자 맥에서 그게 몇 번인건 안나오고 불순 이 정도만 짚어진다고 했다.
2번 째로 임신한 적이 있냐라고 물어봤고 없다고 얘기했다.
내가 블로그에서 본 글에 의하면 이 질문을 던지면 보통 유산 경험 있는 분들한테 얘기하는 걸로 아는데 내가 없다고 하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3번 째로 난포 개수가 몇 개 나오냐 해서 이번에 11개 나왔다고 하자 난소 기능이 나이에 비해 아주 좋으니 이대로 자연임신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내가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임신 안되는 거니까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고 살으라며 내 진맥은 끝났다.
사실 난포 개수도 이번이 많이 나온거지 보통 나는 7-8개가 나의 평균이다.
본인이 진맥에서 느껴지는 게 아닌 나한테 질문을 던지고 그걸 그냥 풀어서 설명해주는 이 상황이 나는 참 아이러니 했고 나중에 남편은 너가 아무 이상이 없으니 할 말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겠냐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이 후 남편 진맥을 했고 블로그에 올라온 글 들처럼 허리 아픈지를 먼저 물어봤고 아프다고 하자 땀도 많다는 얘기를 이어서 했다.
남편은 디스크가 있고 땀도 많이 나는데 진맥으로 나온다며 신기해했지만 나는 대한민국 남성에게 허리 안좋지 않냐라고 물어볼 경우 안아프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남자가 허리가 약하고 기가 허해서 아기가 안 생긴다고 하며 약먹고 기력 보충해서 시험관 보다는 자연임신을 먼저 시도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약 20시간 정도 생고생을 한 진료가 종료되었고 결제 전 약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2층에 가서 차 한 잔 마시고 갈 수 있는 교환권을 주었다.
2층에 올라가서 주문하고 보니 남자에게 좋은 한방 차, 여자에게 좋은 한방 차를 각각 주며 설명해주고 보통 많이들 사가던데 우리는 구입하진 않았다.
내가 너무 기대를 한 건진 몰라도 너무 허무한 진료였고 약은 석가탄신일 다음 날에 배송온다고 했다.
여자 한약값은 35만원 남자 한약값은 29만원, 총 64만원이고 여자는 닳여진 한약을 다 먹고 나중에 격일로 8일 정도 직접 닳여먹는 약도 있다고 했다.
요즘 항산화 주사때문인지 몸의 피로도가 확실히 덜한데 이 약까지 먹으면 정말 건강체질이 될 것 같다.
물론 음식을 가려야해서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약의 효과는 복용해보면서 포스팅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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